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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병철의 EDU Insight]한국 대학, 유학생 30만 시대에도 글로벌 가시성이 약한 이유

더 책임 있고, 더 전략적인 국제화다.…국가 인재 전략으로
‘지역 유학생 모집지’를 넘어 ‘세계 인재 허브’로…전환을시작해야할 때

한국 대학, 유학생 30만 시대에도 글로벌 가시성이 약한 이유

 

가까운 일본을 비롯해 영국·프랑스 등 주요 유럽 국가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고등교육 국제화 캠페인”을 국가 전략으로 추진해 왔다.

 

우수 유학생을 유치해 인재 풀을 넓히고, 이를 다시 교육·연구·산업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구조다.

 

국제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국가 인재 전략이 되었다.

 

한국도 숫자만 보면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교육부와 출입국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 수는 이미 30만 명을 넘어섰다.

 

서울은 세계 주요 유학 도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유학생 친화 도시”로 평가받고, 지방 대학들까지도 유학생 유치를 생존·도약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세계 대학 순위·국제 학계의 시선으로 눈을 돌리면 다른 그림이 나온다.

 

QS 세계대학순위 Top 100에 들어가는 한국 대학은 최근 몇 년간 3개 안팎에 머물고, 지난 5년 동안 서울대가 한 차례 Top 30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Top 30에 진입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보도는 “중국·홍콩·싱가포르 대학들이 Top 100에서 빠르게 숫자를 늘리는 동안, 한국 대학의 상위권 비중은 정체하거나 오히려 줄었다”고 진단한다.

 

2025년 기준 QS 자료를 보면, 한국은 순위표에 이름을 올린 대학 수(40여 개)는 많다.

 

하지만 Top 100, 특히 Top 30·Top 50에서의 존재감은 약해 “수는 많지만 세계적 ‘대표 브랜드’ 대학은 부족한 국가”로 묘사된다.

 

QS 아시아대학순위에서도 아시아 Top 10 안에 한국 대학은 한 곳도 없고, 연세대가 11위로 국내 대학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는 분석도 있다.

 

국제화 통계를 봐도 비슷한 메시지가 드러난다.

 

한 국제 비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한국 고등교육에서 국제학생 비율은 전체 재학생의 4.6%로 10년 전의 두 배 이상으로 늘었지만, 여전히 OECD 평균(7.4%)에는 못 미친다.

 

게다가 한국 유학생의 약 95%가 아시아 출신으로, OECD 평균(아시아 비중 58.3%)에 비해 지역 편중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 속 다양한 학생이 모이는 캠퍼스”라기보다 “아시아 학생이 몰려오는 지역 허브”에 가까운 구조다.

 

국내 인지도와 해외 체감 위상 사이의 간극,

여기서 출발해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왜 유학생 수는 이렇게 늘었는데,

한국 대학의 글로벌 가시성과 국제 브랜드는 그만큼 상승하지 않았는가?”

 

□ 유학생은 늘었지만, 세계가 보는 이미지는 바뀌지 않았다

 

첫 번째 이유는 국제화의 방향이 ‘양적 확대 + 특정 지역 편중’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국제학생 수는 빠르게 늘었지만, 국적 구성의 90~95%가 아시아에 집중돼 있고 비아시아권 학생 비중은 OECD 평균보다 한참 낮다.

 

유럽·북미·아프리카·중동·중남미 출신 학생은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다.

 

게다가 학위과정(D-2)과 함께 한국어 연수(D-4) 비중이 여전히 매우 높은 구조다.

 

이는 한편으로는 K-컬처와 한국어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보여주는 지표이지만, 동시에 한국을 “학위를 따는 연구·교육 허브”라기보다 “어학 연수 목적지”로 보이게 하는 이미지 리스크를 낳는다.

 

두 번째 이유는 영어 기반 교육·연구 운영 능력의 부족이다.

 

QS 관계자는 “한국은 홍콩·싱가포르에 비해 영어로 강의·연구를 운영할 수 있는 교원이 상대적으로 적어 국제 공동연구, 해외 파트너십, 글로벌 홍보에 제약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제학생 숫자가 늘어도, 대학 내부가 ‘영어권·글로벌 연구 환경’으로 설계되지 않으면 이들은 진짜 학문적 파트너가 아니라, ‘서비스를 소비하는 고객’에 머물 수밖에 없다.

 

세 번째 이유는 브랜드·스토리텔링의 부재, 그리고 파편적 마케팅이다.

 

홍콩대(HKU)는 대학 비전 자체를 “Asia’s Global University”라고 정의하고 국제화·혁신·융합(Interdisciplinarity)을 핵심 전략 축으로 삼는다.

 

싱가포르국립대(NUS)는 “leading global university shaping the future”를 내세우며 국가 차원의 “Global Education Hub” 전략과 강하게 정렬돼 있다.

 

 

반면 한국 대학은 개별 전단·브로셔·SNS 홍보는 활발하지만, 국가 차원의 일관된 메시지(예: “Asia’s Global Technology Hub”)나 “우리는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세계를 리드하는 대학인가”에 대한 짧고 강한 스토리라인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마지막 이유는 질 관리와 신뢰 이슈다.

 

예를 들어 한 대학은 유학생 관리 부실과 불법 체류 문제로 일정 기간 국제학생 모집이 금지되는 제재를 받았고, 이 사례는 해외 언론에도 보도됐다.

 

소수 대학의 문제지만, 해외에서는 “한국 대학”이 하나의 생태계로 묶여 인식되는 만큼 이러한 사례는 전체 시스템의 신뢰도와 브랜드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 해외 우수 대학은 어떻게 ‘국제화 → 가시성’으로 연결했나

 

해외 사례를 보면, 국제학생 증가가 곧바로 “브랜드 강화”와 “연구 경쟁력”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홍콩대(HKU)는 2016~2025 비전에서 자신을 “Asia’s Global University”로 못 박고,국제화(Internationalisation)·혁신(Innovation)·융합(Interdisciplinarity)을 3대 축으로 삼아 모든 학사·연구·교류 정책을 여기에 정렬했다.

 

홍콩 UGC 자료에 따르면, 홍콩 주요 대학들은 전 세계 대학과 2,600개 이상의 협정을 맺고 대규모 교환·단기 방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런 전략적 국제화는 HKU가 QS 세계대학순위 2026년 기준 11위까지 오른 배경으로 평가된다.

 

싱가포르국립대(NUS)는 “leading global university shaping the future”라는 비전을 내세우며 “싱가포르 = 세계 교육 허브”라는 국가 전략과 정렬된 브랜드를 구축했다.

 

국제학생·교환학생·산학연 네트워크를 “미래형 글로벌 인재를 길러내는 스토리”와 결합해 대학의 위상을 국가 브랜딩과 같이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스위스 ETH 취리히는 국제학생 비율이 35~40%에 이르지만, 그 중심은 석·박사·박사후연구원(postdoc) 등 연구자 레벨의 인재다. “국제학생=연구 경쟁력”이라는 구조를 설계해 QS 세계대학순위 2026년 7위를 기록하는 공대·STEM 허브로 자리 잡았다.

 

멜버른대학교는 “Advancing Melbourne Globally” 전략을 통해 국제학생 경험, 졸업 후 취업, 도시의 삶의 질을 결합한 “세계적 학생 도시-대학 모델”을 만들었다. QS Best Student Cities 2025에서 서울이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도시 경쟁력이 높은 한국에게는 특히 참고할 만한 지점이다.

 

□ 한국 대학의 해법 : 질적 국제화 + 국제 브랜딩 동시 추진

 

이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바꿀 것인가”이다.

 

위 진단과 사례를 토대로, 한국 대학과 정부가 함께 추진해야 할 방향은 크게 다섯 가지다.

 

첫째, ‘유학생 수’에서 ‘유학생 포트폴리오’로 전환해야 한다.

 

2030년까지 비아시아권 학생 비율을 얼마까지 끌어올릴지, 어학연수(D-4) 대비 학위·연구(D-2) 비중을 어떻게 조정할지 구체적인 KPI를 설정해야 한다.

 

장학금·마케팅·파트너십을 남미·아프리카·중동·유럽으로 전략적으로 확장하고, ETH처럼 석·박사 국제학생 비중을 높여 국제화와 연구역량을 동시에 강화하는 “연구 중심 국제화”가 필요하다.

 

둘째, 영어 기반 교육·연구 능력을 구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교수·연구자를 위한 학술영어·강의 영어 프로그램을 정례화하고, 일정 비율 이상 영어 강의를 개설한 학과에는 재정·인사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

 

NUS·HKU처럼 글로벌 테뉴어 트랙을 도입해 외국인 교수 채용을 늘리고, 국제 공동논문·영어 강의 비율·해외 학회 발표를 대학 평가와 정부 지원에 직접 연동하는 것도 방법이다.

 

셋째, HKU·NUS처럼 대학별 “Global Identity Statement”를 선언해야 한다.

 

 

예를 들어 “Korea’s Global Hospitality & Wellness University”, “Asia’s Global Applied AI University”, “Global K-Culture & Creative Media Hub”와 같은 짧고 강한 문장으로 각 대학의 글로벌 정체성을 고정하고, 이에 맞춰 전공 구조·연구 투자·국제 프로그램·예산을 재배치해야 한다.

 

서울이 ‘세계 최고의 학생 도시’로 평가받은 것처럼, “도시-대학-국제학생”이 한 패키지로 보이도록 지자체·관광청·산업체와 공동 브랜딩을 설계하는 것도 중요하다.

 

넷째, 파편적 MOU보다 ‘깊이 있는 글로벌 파트너십’을 늘려야 한다.

 

NUS·HKU·ETH·Melbourne 등과 같이, 20개 내외 전략 파트너를 선정해 공동연구센터·복수학위·공동박사·장기 교환 등 “고밀도 협력”을 구축해야 한다. 국제공동저자 논문 비율·공동연구 과제 수 등을 대학 평가와 재정지원 기준에 포함시키면 실효성이 높아진다.

 

다섯째, 질 관리·규제 시스템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국제학생 품질·관리 인증제를 강화하고, 우수 관리 대학에는 비자·정원·재정 인센티브를, 반복적인 문제 대학에는 모집 제한 등 강력한 패널티를 적용해야 한다.

 

비자·체류·노동·언어·상담을 통합 지원하는 “글로벌 스튜던트 원스톱 센터”를 국가 또는 권역별로 운영해 유학생이 “처음부터 끝까지 안전하고 존중받는 경험”을 하도록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 ‘지역 유학생 모집지’를 넘어 ‘세계 인재 허브’로

 

2025년의 한국 대학은 이미 “유학생을 많이 유치하는 나라의 대학”이 되었다.

 

이제 다음 단계의 목표는 분명하다.

 

전 세계 우수 인재가 모여 지식을 만들고 기술을 개발하며 미래를 설계하는 글로벌 허브로 거듭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유학생 구성의 다양성·학업 수준·연구 기여도를 고려한 정교한 포트폴리오 설계, 영어 기반 교육·연구 역량의 구조적 강화, 대학 고유의 글로벌 정체성 확립과 도시·지역과의 공동 브랜딩, 소수 전략 파트너와의 깊이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 시스템 전반의 질 관리·신뢰 회복이 필수다.

 

“질적 국제화”는 더 비싸고 복잡한 국제화가 아니다.

더 책임 있고, 더 전략적인 국제화다.

이 전환에 성공한다면, 한국 대학은 단지 순위표 숫자를 올리는 수준을 넘어 아시아와 세계의 지식 생태계에서 진짜 목소리를 내는 주체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 바로, 그 전환을 시작할 때다.

 

☞ 이병철

EDU Insight 대표 / 언론학박사 / 해외 유학생 유치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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