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노믹스 전상천 기자 |
국내 엔터테인먼트사가 음반 판매량을 늘리거나 각종 굿즈를 '끼워팔기' 혹은 무작위로 제공하는 등 과잉마켓팅이 일상화됨에 따라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얻기 위해 여러 장의 앨범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과잉생산된 앨범들이 폐기물로 버려지고 있다.
또 앨범과 관련, 무수한 플라스틱이나 재활용 되지 않는 코팅 종이들이 현재도 도처에 쌓이고 있다는 주장이 환경단체에 의제 제기됐다.
환경운동연합은 "엔터테인먼트의 과잉소비 유도 마케팅으로 인해 발생하는 대량의 음반 쓰레기, 그로 인한 환경파괴를 막기 위한 적절한 법안을 제정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CD앨범 이용한 음악 감상 소비 5.7%…K-POP 음반 판매량 7천700만장, 전년도 기록 갱신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3월7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활동을 한 K-POP 팬들 중 CD를 이용해 음악 감상을 하는 소비자는 5.7%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지난해 K-POP 음반 판매량은 7천700만 장을 넘어서며 또다시 2021년 전의 기록을 경신했다. CD로 음악을 듣지 않음에도 음반 판매량은 증가되는 기이한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더 이상 음반 구매의 목적이 본품인 ‘CD’에 있지 않음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 CD앨범 구성품 ⅓ 이상이 ‘랜덤’ 제공…소비자 권리는 어디로
국내서 근래 출시되는 K-POP 음반의 경우, 단순히 CD만을 포함한 음반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의 CD앨범에는 포토카드dhk 포스터, 포스트카드, 스티커 등의 굿즈를 포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소비자원에서 최근 2년 내 발매된 주요 K-POP 음반(50종)을 조사한 결과, 한 음반당 평균적으로 7.8개의 굿즈를 포함하고 있다. 이중 랜덤 굿즈는 평균 2.9개로, 구성품 중 ⅓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가장 많은 종류의 포토카드가 있는 음반의 경우 총 78종의 포토카드를 제공한다. 1개 음반에 랜덤으로 6종이 들어있어 모든 종류의 포토카드를 수집하려면 최소 13장의 음반을 구매해야 하는 셈이다.
□ 2명중 1명은 굿즈 위한 CD 구매…굿즈 정보는 비공개?
한국소비자원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K-POP 팬덤 활동 소비자들 중 52.7%는 굿즈 수집을 목적으로 음반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현재 팬덤 시장에서 굿즈는 부가상품이 아니라 상품을 구매하는 주요 목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준다.
반면, 조사대상 음반의 온라인 구매 상세페이지에는 동봉된 굿즈의 종류·수량 관련 정보만 제공할 뿐 상품 이미지 등 상세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는 ‘구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품정보 등 거래 조건에 관한 정보와 품목별 재화의 정보·특성을 제공하도록 규정’하는 전자상거래 법의 ‘상품정보제공 여부’와 ‘필수 정보 제공’에도 어긋난다.

□ 굿스 쏙 뺀 채 버려지는 CD앨범은 쓰레기…굿즈 정보는 비공개?
최근 2년간 활동을 한 팬들 중 70%에 가까운 응답자들이 과도한 양의 음반 구매 행위가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답변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발표 된 ‘팬덤 마케팅 소비자문제 실태조사’ 결과다. 현재도 포토카드 등의 굿즈만 얻은 채 버려지는 수많은 앨범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기증이라는 명목하에 보육 시설이나 복지센터 등으로 보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일부 복지센터의 직원들은 그렇게 쌓여가는 음반 쓰레기가 이미 포화상태라며 ‘음반 쓰레기 처리를 더 이상 복지센터에 미루지 말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수요가 없는 앨범들은 센터 창고에 쌓여 자리를 크게 차지하게 되고, 그것을 처리하는 과정 또한 센터의 예산과 인력이 들어가게 된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 CD앨범은 재활용 안되는 폐기물?…소비자 권리 보호 위한 적절한 제재 필요
환경운동연합은 "랜덤 굿즈를 얻기 위한 대량 구매와 그로 인해 버려지는 음반 쓰레기가 속출하는 상황"이라며 "더욱이 실물 음반은 CD, 케이스 등 대부분 플라스틱으로 구성되며 표면이 코팅되어 있는 등 재활용이 어려워 많은 폐기물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키트 앨범, 플랫폼 앨범 등 CD를 포함하지 않은 디지털 형태의 음반이 대안으로 제시되다"며 "하지만, CD앨범 과잉생산으로 인한 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과잉소비를 유도하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부터 바꿔나가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또 "기존과 같이 상품의 정보를 정확히 제공하지 않고, 굿즈를 무작위로 제공하여 같은 상품을 과도하게 많이 구매하게 하는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음반 쓰레기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어렵다"고 역설했다.
환경운동엲바은 "K-POP 소비자들의 권리 보호와, 기업의 전자상거래 법 위반 행위 등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며 환경오염과 폐기물에 대한 적절한 법제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과 공동체IT사회적협동조합은 앞으로 K-POP 음반 쓰레기 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인식하고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