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노믹스 전상천 기자 | 세계 인권의 날(10일)을 맞아 서울 신촌에서 재한 외국인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인권단체들이 각국의 인권신장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는 시위가 기획돼 눈길을 끌었다.
러시아 정권의 인권탄압에 반대하며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재한 러시아인 인권단체가 모였다. 또 여성 인권과 자유를 위해 싸우는 고국의 사람들을 위해 모인 재한 이란인 시위대, 그리고 봉쇄된 거리에서 고통받는 동포들을 위해 일어난 중국인 유학생들까지 대거 참가했다. 이들 재한 외국인 인권단체들은 자국의 인권신장을 위한 서로의 시위에 연대하고, 각자의 모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권탄압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 소셜미디어 등을 활용해 전세상에 널리 알렸다.
특히, 재한 러시아인들과 이란인은 자국 정부로부터 억압받고 있는데다 정부를 지지하는 자국 사람들과 일부 해외 동포들로부터 큰 비난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들이 이같은 '위협'속에서 거리로 나와 시위에 동참한다는 것은 그 의미가 매우 크다. 러시아와 이란인 등을 포함한 자유·인권을 주장하는 이들은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자가 거주하고 있는 나라의 현지인이나 다른 외국인들로부터도 자국 시민들을 억압하고 있는 정권과 동일시되거나 여러 오해들을 받는 등 어려움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 반전과 관련 체포된 사람만 2만여명
이날 신촌집회에선 재한 러시아인들의 반전단체 'Voice in Korea', 그리고 러시아에서 전쟁 직후 결성된 여성주의 단체 '페미니스트 반전저항'의 한국지부에서 활동하는 알렉산드라가 마이크를 쥐었다. 알렉산드라는 "전쟁 시작 후 세계 인권의 날에 이르기까지 반전과 관련된 표현을 하여 체포된 사람이 적어도 2만명 이상"이라며 "그 어떤 종류의 평화로운 시위라도 경찰은 시위대를 구타, 고문, 강간 등으로 억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러시아 정치인 일리야 야신은 우크라이나 부차에서의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해 방송에서 이야기한 죄로 징역 8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며 "이것은 세계 인권의 날 하루 전날인 12월 9일 일어난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러시아에는 언론의 자유가 없으며, 성소수자에 대한 정보 자체를 금지하는 법안까지 제정되는 등 광범위하게 인권을 억압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Voice in Korea'와 '페미니스트 반전저항' 두 단체는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매주 끊임없이 반전 시위, 추모 행사와 우크라이나를 위한 기금 마련 등 반전 평화 활동에 노력하고 있다.

□중국, 여성들이 인신매매 등 폭력과 죽음속에 내몰려
익명의 한 중국인 참가자는 이날 "여성주의와 보편적 인권,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를 지지하기 위해 모인 모든 참가자들에게 감사하다"며 "억압에 불만을 가지고 일어선 사람들의 놀라운 집회에 참석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피력했다.
그는 "운명에 순응하기만 하는 사람이 아닌 용감한 사람들, 우리가 보고 싶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이 자리에 모였다"며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우리는 함께 서 있고, 시위의 물결 속에 든다는 것은 분노를 잃지 않게 하고 또한 덜 외롭게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고 우리들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위해 목소리를 함께 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중국의 억압 속에서 나는 특권을 가졌지만 여성주의를 배워가고 실천하고 있다"며 "특히 현 정부의 집권 이후 시민단체와 여성인권단체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어 많은 자매들이 구금되고, 목소리를 잃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어 "의료진들은 열악한 처우 속에서 여성성을 배제당할 것을 강요당한다"며 "아기에서 14세 미만의 소녀에 이르기까지 전국에서 수많은 소녀들이 인신매매를 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여성들이 겪는 이들 어려움은 사회의 밑바닥에 놓인 사람들이 다른 형태로 겪게 될 고통이기도 하다"며 "징야오, 시옌즈, 샤오화메이, 탕산의 폭력 사건... 그리고 전 세계에서 여성들이 피를 흘리고 폭력과 죽음 속에 사는 것을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가부장적 전체주의는 본질적으로 같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하나가 된 만큼 재한 외국인들이 결성한 인권 연합에서 우리는 모든 불굴의 영혼을 대변하고 싶다"며 "가부장적 전제주의의 종식을 요구하며, 동시에 오늘 이후 미래의 여성, 인권운동이 더 역동적으로 더 넓은 범위를 포괄하고, 연대할 것임을 믿는다. 우리는 세계에 통합의 힘을 보여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란, 여성들의 외출도, 병원진료도 받을 수 없는 2등 시민으로 전락
대리인을 통해 전달된 한 이란인 참가자의 원고는 참석자들의 맘을 눈물로 적셨다. 한 이란인은 그의 연설을 통해 "지나 마흐사 아미니가 도덕경찰에 의해 부당한 체포와 구타로 사망한 이래, 알려진 것만 350명 이상의 시위 참가자가 사망했으며, 만 오천명 이상의 사람들이 체포당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란의 인터넷이 점차 차단되어 이러한 소식이 해외에 알려지기 힘들고, 국회에서는 정치범 처형에 대다수가 찬성표를 던졌다"(그리고 현재는 첫 "정치범"이 처형당했다.)며 "등교와 수업 거부로 시위한 학생들이 감금, 실종, 사살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란의 여성은 남편이나 남자 친척 허락 없이는 외출도 할 수 없고, 병원 치료도 받을 수 없으며, 자전거 타기나 노래하기도 불가능한 등 삶의 모든 요소에서 2등시민 취급을 받고 있다"며 "그러나 여성에게만 국한된 통제와 억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다른 종교와 심지어 다른 이슬람 종파 사람들까지 박해와 고문, 처형을 당한다"며 "발루치, 쿠르드, 아프간 등 소수민족도 억압을 받으며, 물가 상승으로 아이들마저 강제노동에 내몰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언론자유가 없고 국민이 체스말에 불과한 나라가 이란"이라며 "2019년 시위에서는 인터넷 전면 차단과 함께 3일만에 1500명을 죽인 나라"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오늘의 시위는 결코 갑작스럽지 않다. 억압의 결과에 대한 저항"이라며 "한국 사람들이여, 이제 때가 왔고 행동해야 한다. 한국 또한 여성, 인권, 자유를 지지하며 이러한 잔인성애 반대하고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동참을 호소했다.
이날 신촌 집회에 함께 한 참가자는 "러시아와 이란, 중국 등 3개국에서 모인 시위대는 느슨한 연대를 지속하며, 앞으로도 서로의 근황을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로 했다"며 "확실한 단체명도 없고, 단지 #We stand in solidarity 라는 슬로건 뿐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