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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최대억 정책칼럼]이재명 대통령에게 바란다...기자, ‘필경사’의 시대 끝내고 ‘대안적 동반자’로

행정 데이터 전면 공개와 AI 기반 검증의 시대
‘필경사’의 시대 종언과 풀(Pool) 기자단의 체질 개선
받아쓰기와 오역의 부끄러움을 자각해야
대통령의 ‘역질문’을 통한 기자의 정책 관여도 검증

민주주의라는 거대한 건축물을 지탱하는 기틀은 언론이다.

 

이는 권력의 정보 독점을 타파하고 실체적 진실을 관측하기 위해 인류가 고안해낸 공적 장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의 언론 지형은 사상 유례없는 ‘양적 과잉’과 ‘질적 빈곤’의 모순에 직면해 있다.

 

수만 개에 달하는 매체의 범람과 지자체장의 ‘의용대’를 자처하며 곡학아세(曲學阿世)하는 사이비 언론의 난립은 공론장을 어지럽히는 고질적 병폐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혼돈의 시대에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가 천명한 ‘행정 데이터 및 공공 자료의 전면 투명화’를 단순히 행정 서비스의 개선을 넘어, 언론의 격(格)을 바로 세우는 결정적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


이미 기술적 토대는 완성됐다.

 

각 부처 홈페이지에 예산 내역이 상시 공개되고, R&D 예산뿐만 아니라 종교단체, 시민단체에 지원되는 각종 보조금의 흐름을 데이터로 낱낱이 추적할 수 있는 시대다.

 

중복되거나 짜깁기한 사업 계획과 논문을 AI가 분별해내는 세상에서, 정부가 정보의 빗장을 완전히 푼다는 것은 언론이 더 이상 권력의 주변부를 돌며 정보를 구걸하거나 파편적 소문으로 여론을 호도하던 시대가 종언을 고했음을 의미한다.

 

이제 관건은 정부가 제공한 방대한 데이터를 해부하고, 특히 시민단체나 종교단체의 유사·중복 단체, 그리고 지역 내 토호세력에 의한 예산 낭비는 없는지 송곳처럼 검증할 수 있는 ‘언론의 진정한 실력’이다.


대통령께 간곡히 제언하건대, 무엇보다 대통령의 근접 취재를 담당하는 ‘풀(Pool) 기자단’의 역할에 대해 혁명적인 전환을 요구해야 한다.

 

현장의 분위기를 묘사하는 ‘스케치’나 발언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옮겨 적는 ‘워딩’ 수준의 업무는 이제 언론의 몫이 아니다.

 

그러한 단순 필경 업무는 춘추관 행정관이나 AI 시스템에 맡겨두고, 기자는 국가 정책의 본질을 파고드는 본연의 임무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수석보좌관 회의 등 주요 국정 현안이 다뤄지는 공식 행사에서 풀 기자단의 소통 방식은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가 대통령의 모두 발언을 단순히 받아 적는 의전적 행위에 그쳤다면, 이제는 비공개 회의에 앞서 대통령과 기자가 실질적인 정책 질의와 답변을 주고받는 구조로 전환돼야 한다.

 

기자는 그 자리에 참석할 만한 전문적 역량과 자질이 있는지를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더욱 뼈아픈 지점은 우리 언론의 지적 나태함이다.

 

풀 기자단 내에서 이미 공식 자료가 공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분석할 능력이 없어 특정 대형 언론사의 기사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를 짜깁기하는 행태는 저널리즘의 수치다.

 

심지어 외국 정상이나 주요 인사가 중요한 발언을 했을 때조차 특정 언론사의 번역 기사가 나올 때까지 대기하며, 그 기사가 오역을 해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조차 모르는 무지(無知)는 국가적 망신이다.

 

언론은 그 나라의 국격을 가늠하는 척도이며, 기자가 구사하는 언어 능력과 상대 국가에 대한 이해도, 그리고 거시적인 세계관은 곧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수준을 대변한다.

 

내외신을 가리지 않고, 기자는 자신의 무능이 정책 결정을 방해하거나 국격을 훼손하지 않도록 엄중한 자각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상호 심도 있는 문답’은 기자를 곤혹스럽게 하려는 공세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국가 정책을 다루는 중대한 현장에 참석하는 언론인으로서의 최소한의 자세와 격을 묻는 과정이다.

 

기자회견 역시 마찬가지다.

 

일방적인 질문에 단답형으로 대응하는 형식을 탈피해 대통령이 기자의 질문 속에 담긴 정책적 통찰을 역으로 묻는 ‘심층 토론형’ 모델이 도입돼야 한다.

 

질문자가 해당 사안을 얼마나 깊이 있게 고민했는지, 즉 그 기자의 ‘정책 관여도’를 국민 앞에 투명하게 드러내는 것은 언론과 권력 모두의 긴장감을 높여 국정 운영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민주적 숙의 장치다.

 

기자가 특정 정책의 보완점을 물었을 때, 대통령이 “해당 정책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실무적 대안으로 귀 매체는 어떤 방향을 고민하고 있는가?”라고 되묻는 과정은 언론에 단순 비판을 넘어선 대안 제시의 책임감을 부여한다.


이러한 상호 검증의 원칙은 중앙을 넘어 지방 언론 생태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지자체의 광고 집행권에 저당 잡혀 권력을 감시하기보다 비호하는 데 앞장서는 이른바 ‘정치권 의용대’들과 지역 내 이권을 독점하는 토호세력들은 지역 민주주의를 고사시키는 주범이다.

 

이들에게도 예외 없는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지자체장과 지역 기자 간의 상호 질의 구조를 확립해 지역 현안에 대한 전문성 없는 질문과 권력 유착적 태도가 시민 앞에 적나라하게 생중계되도록 조치해야 한다.

 

실력 없는 언론이 권력의 비호 아래 기생하는 구조를 타파하는 유일한 길은 그들의 무능을 투명한 공론의 장에서 드러내는 것뿐이다.


결국 언론의 존재 이유가 소멸한 것이 아니라, 공부하지 않고 권력에 기생하는 언론의 시대가 저물고 있을 뿐이다.

 

투명하게 공개된 행정 데이터는 성실한 기자들에게는 날카로운 창이 되겠지만, 게으른 기자들에게는 자신의 무능을 폭로하는 부메랑이 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부터 지방자치단체에 이르기까지, 내외신 기자를 막론하고 이러한 상호 질의 구조와 심층 문답 문화를 제도화해 소통의 대전환을 이끌어야 한다.

 

단순 필경사의 역할을 거부하고, 오직 실력과 정책 대안으로 그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언론만이 이 투명한 시대의 진정한 주역이 될 자격이 있다.

 

권력과 언론이 건강한 긴장감 속에서 국가 정책의 완성도를 함께 높여가는 것, 그것이 바로 국민이 갈망하는 진정한 언론 개혁이자 ‘능력 있는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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